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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웨이스트

제로웨이스트를 시작한 이유와 계기

제로웨이스트 실천을 결심하게 된 이유 – 쓰레기 더미 위의 일상 속에서 눈을 떴다

평범했던 어느 하루의 퇴근길, 아파트 분리수거장 앞을 지나던 순간 내 삶은 바뀌었다. 투명 비닐에 가득 쌓인 플라스틱 용기, 종이 박스, 일회용 배달 용품로 가득한 쓰레기 더미 위에서 나는 현실을 직시했다. 그것은 단지 우리 집의 문제가 아니라, 이 시대의 라이프스타일 그 자체였다. 환경을 생각해야 한다는 말은 늘 듣고 살았지만, 정작 내 손에서 버려지는 그 수많은 쓰레기에는 무관심했던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제로웨이스트를 결심하게 된 건 어떤 거창한 환경 다큐멘터리나 캠페인이 아니라, 바로 그날 내가 직접 눈으로 목격한 나와 우리 이웃들의 흔적 때문이었다.

사람들은 환경 보호는 정부나 기업이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가 매일 들고 다니는 일회용 커피컵 하나, 배달 음식을 받는 비닐봉지 하나가 모두 지구를 병들게 하는 주범이란 사실은 잘 인식하지 못한다. 내가 바꿔야 할 건 제도도, 기업도 아닌 바로 내 손에서 이루어지는 매일의 소비 습관이었다. 그 작은 실천이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거라 믿고, 나는 제로웨이스트라는 삶의 방향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지금은 그때보다 훨씬 더 많은 정보와 선택지가 있지만, 처음 그 순간은 두려움과 혼란이 섞인 감정이었다. ‘나는 무엇을 잘못했을까’, ‘나는 뭘 바꿔야 할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며, 소비 방식 하나하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이 순간도 나에게는 환경과 삶의 본질에 대한 고민의 연속이며, 동시에 작지만 분명한 변화를 위한 시작이다.

 

플라스틱 소비에 대한 자각이 만든 변화 – 내 손으로 만든 쓰레기부터 보기 시작했다

제로웨이스트를 결심하게 된 가장 직접적인 계기는 내가 일상에서 소비하는 플라스틱의 양이었다. 이전에는 재활용 쓰레기를 분리배출하면서도 그 양에 대해 큰 고민을 하지 않았다. 마트에서 장을 볼 때는 일회용 비닐봉지를 당연히 사용했고, 배달 음식의 플라스틱 용기나 소스 통은 불편 없이 썼다. 하지만 어느 날, 일주일 동안 집에서 나온 플라스틱 쓰레기만을 따로 모아놓고 보니 그 양은 상상 이상이었다. 두 명이 사는 집에서 일주일 만에 커다란 마대자루 한가득의 플라스틱이 쌓였던 것이다.

그제야 나는 깨달았다. 아무리 재활용을 잘해도 결국 쓰레기는 쓰레기라는 것을. 재활용이 된다는 전제 자체가 불확실하다는 것도 알게 됐다. 특히 플라스틱은 100% 재활용되지 않으며, 일부는 오히려 더 많은 에너지를 소모해 처리된다는 충격적인 사실은 나를 깜짝 놀라게 했다. 내가 무심코 버린 플라스틱 컵 하나가 수백 년 동안 땅속에서 썩지 않은 채 남아 있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순간, 소비 자체를 줄여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 후 나는 ‘일상에서 플라스틱이 얼마나 깊숙이 스며들었는가’를 본격적으로 관찰하기 시작했다. 샴푸, 세제, 식재료 포장, 칫솔, 포장재, 간편식 등 모든 생활 용품에서 플라스틱이 빠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나는 단순히 분리배출을 잘하는 소비자에서, 소비 자체를 줄이기 위한 선택을 하는 실천자로 변해갔다. 그리고 그 변화는 플라스틱 용기를 줄이는 행동을 넘어, 내 삶의 철학이 되어가고 있었다.

 

제로웨이스트 시작 이유

 

제로웨이스트 실천을 결심하게 된 또 다른 계기 – 바다 거북이의 콧구멍에서 본 현실

 

제로웨이스트 실천을 결심하게 된 또 하나의 계기는 유튜브에서 본 한 영상이었다. 바다 거북이의 콧구멍에 꽂힌 플라스틱 빨대를 빼내는 영상은 생각보다 끔찍했고, 동시에 아주 현실적이었다. 나는 그 영상을 보면서 충격과 함께 책임감을 느꼈다. 저 빨대가 내 것이 아닐까 하는 불편한 상상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어쩌면 내가 무심코 버린 그 빨대 하나가 지금 어딘가에서 누군가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환경오염 문제는 나와 멀리 떨어진 남극이나 해양 이야기로만 여겨졌지만, 사실 그것은 나의 일상과 아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커피 한 잔, 배달 한 번, 생수 한 병. 내가 아무렇지 않게 소비한 그 작은 행동들이 지구 어딘가의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된 순간, 나는 더 이상 소비자로만 살 수 없다고 느꼈다.

그 영상 이후 나는 빨대를 아예 사용하지 않기로 결심했고, 이후엔 대나무 빨대와 스테인리스 빨대를 직접 구매해 다녔다. 처음엔 불편했지만, 곧 내 일상이 되었다. 내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는 지인들에게 나는 하나하나 설명해줬다. 이 작은 실천이 왜 중요한지, 왜 누군가는 먼저 바꿔야 하는지를. 그 빨대 하나를 거부하면서, 나는 내 삶을 다시 짜기 시작한 것이다. 제로웨이스트는 거창한 것이 아니라, ‘하나의 거절’에서 시작될 수 있다는 걸 나는 이 경험을 통해 확신하게 되었다.

 

사회적 흐름 속에서 느낀 개인의 책임 – 트렌드가 아닌 의식으로 실천하기

제로웨이스트는 요즘 MZ세대 사이에서 트렌드처럼 떠오르고 있다. 예쁜 유리병, 고급스러운 천가방, 감성적인 친환경 브러시 같은 것들이 SNS 피드를 가득 채운다. 처음엔 나도 그런 이미지에 매료되어 제로웨이스트에 관심을 갖게 된 면이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나는 깨달았다. 제로웨이스트는 ‘꾸미는 라이프스타일’이 아니라, 내 삶을 불편하게 하면서도 가치 있게 만드는 선택이라는 것을.

실제로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다. 늘 편하게 사용하던 일회용 물건을 대체하려면 번거롭고, 대안 제품은 비싸기도 하다. 심지어 주변에서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 해?”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사회적 흐름에 맞춰 '멋있어 보이기 위해' 실천하는 것이 아니라, 나와 미래 세대를 위해 선택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게 진짜 제로웨이스트의 본질이라고 느꼈다.

이제는 유리병 하나를 사도, 그것이 환경에 어떤 영향을 줄지 먼저 생각하게 된다. 쇼핑 전에는 “이건 정말 필요한가?”라는 질문을 습관처럼 던진다. 제로웨이스트는 나에게 책임의식이 깃든 ‘생활철학’이 되었다. 나는 ‘남들보다 예쁘게 사는 사람’이 아닌, ‘남들보다 신중하게 사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나의 선택 하나하나에 더 진심을 담는다.

 

내가 지켜나가고 싶은 제로웨이스트의 철학 – 쓰레기 없는 삶이 아니라 ‘더 적게, 더 오래’ 쓰는 삶

제로웨이스트는 ‘쓰레기를 100% 없애자’는 게 아니다. 나는 오히려 ‘쓰레기 없는 삶’이라는 이상에 집착하지 않으려 한다. 대신 조금씩 줄여나가고, 하나의 물건을 더 오래 사용하려고 노력하는 것에 집중한다. 예전 같았으면 쓰고 버렸을 물건도 이제는 수리하거나 재활용해본다. 고장 난 전기포트를 고쳐 쓰고, 해진 티셔츠는 걸레로 사용한다. 그런 작은 실천이 모여 진짜 삶의 방식이 된다.

또한 제로웨이스트를 하면서 나는 물건에 대해 더 애정을 갖게 되었다. 소비는 나의 시간, 노동, 에너지로 바꾸는 결과물이란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함부로 버리는 것은 결국 나의 노력과 시간을 버리는 것과 다름없다는 생각에, 내가 사는 모든 물건에 의미가 생기기 시작했다. 더 이상 '버리는 삶'이 아니라 '지키는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요즘은 친구들이 나에게 어떤 제품이 더 오래 쓰기 좋은지, 어떤 제품이 친환경적인지 물어보곤 한다. 나의 실천이 누군가의 질문을 이끌어낸다는 건 정말 뿌듯한 일이다. 그리고 그 질문이 또 다른 실천으로 이어지길 바란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중요한 건 방향이고, 계속해서 그 방향으로 가는 나의 의지다. 나는 앞으로도 쓰레기를 줄이는 사람이 아니라, 삶을 아끼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는 이 삶이 더 인간답다고 느낀다. 예전엔 소비가 삶의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한 번 더 생각하는 습관’이 나를 더 나답게 만들어준다. 물건을 쓰는 게 아니라, 물건과 함께 살아간다는 감각을 느끼는 요즘, 제로웨이스트는 단순한 실천을 넘어 나의 정체성이 되어가고 있다. 언젠가는 누군가에게 “어떻게 시작해야 하냐”고 물어봤을 때, 나는 말하고 싶다. “그냥 오늘부터, 하나만 줄여봐. 그게 너의 시작이 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