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없는 하루 살기 도전기의 시작, 불가능해 보였던 하루
나는 오랫동안 플라스틱의 편리함에 의존하며 살아왔다. 음식 포장은 비닐, 세제는 플라스틱 통, 외출 후 마시는 커피는 일회용 컵. 우리 일상 속에 플라스틱은 공기처럼 당연하게 존재한다. 하지만 환경오염, 마이크로플라스틱, 미세플라스틱 뉴스가 반복될수록 ‘나는 도대체 하루에 얼마나 많은 플라스틱을 쓰고 있을까?’라는 의문이 생겼다. 그러다 ‘플라스틱 없이 하루를 살아보자’는 도전을 결심하게 되었다.
처음엔 너무 간단하게 생각했다. 텀블러와 장바구니만 있으면 가능하지 않을까? 하지만 실제로 하루를 준비하면서 나는 이 도전이 단순한 환경 운동이 아닌, 삶의 구조를 정면으로 들여다보는 실험이라는 걸 깨달았다. 단지 쓰레기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내가 어떤 선택을 통해 지금까지 플라스틱을 일상화해왔는가’를 반성하고 되짚는 시간이 된 것이다.
이 글에서는 내가 직접 실행한 플라스틱 없는 하루 살기 도전기를 시간대별로 나누어 정리하고, 그 과정에서 느낀 어려움과 배운 점, 변화된 인식을 솔직하게 공유하고자 한다. 여러분도 이 글을 통해 ‘나도 한 번 해볼까?’라는 작은 동기를 얻길 바란다.
플라스틱 없는 하루 살기 도전기 – 아침부터 시작된 난관
하루의 시작은 거의 대부분 세면대 앞이다. 양치질을 하려고 칫솔을 든 순간, 나는 플라스틱의 첫 벽에 부딪혔다. 내가 매일 사용하는 칫솔, 치약, 세면도구 대부분이 플라스틱이었다. 평소에는 전혀 의식하지 못했던 부분이다. 이날 나는 대나무 칫솔과 고체치약을 준비해두고 하루를 시작했다. 고체치약은 생각보다 낯설고 사용법도 어색했지만, 금세 익숙해졌다. 단지 익숙하지 않을 뿐이지, 기능은 충분했다.
샤워용품도 만만치 않았다. 샴푸와 바디워시는 모두 플라스틱 용기에 들어 있었다. 대신 나는 샴푸바와 천연 비누를 사용했다. 향은 약했지만, 성분이 순하고 거품도 충분히 났다. 그리고 나서 수건으로 물기를 닦을 때, 무심코 손에 쥐려던 플라스틱 빗도 다시 내려놓았다. 머리를 그냥 자연 건조하며 외출 준비를 시작했다.
아침 식사도 도전이었다. 평소 즐겨 먹던 요거트, 우유, 시리얼 포장 모두가 플라스틱이었다. 대신 이날은 유리병에 담긴 두유와 직접 만든 오트밀을 선택했다. 장을 볼 때 비닐 포장이 없는 곡물과 견과류를 사다 두었던 것이 큰 도움이 됐다. 마트에서는 플라스틱 없는 상품을 찾는 것이 정말 어렵지만, 시장이나 제로웨이스트 숍에서는 의외로 많은 대안을 찾을 수 있었다.
짧은 아침 시간 동안, 일상 속 플라스틱이 얼마나 깊게 파고들어 있는지 확인하기에 충분했다. 내가 얼마나 무심히 소비해왔는지를 체감했고, 플라스틱 없는 삶은 단순한 ‘불편’이 아닌 깊은 인식 전환이 필요한 도전이라는 사실을 확실히 알게 되었다.
플라스틱 없는 하루 살기 도전기 – 점심시간의 선택과 타협
점심시간은 플라스틱 없이 살기 도전 중 가장 현실적인 난관이 찾아온 순간이었다. 회사 근처 식당 대부분은 일회용 수저나 포장용기를 기본적으로 사용했다. 나는 일찍 점심시간을 이용해 개인 도시락을 준비해 갔다. 스테인리스 용기와 나무 수저를 챙기고, 아침에 만든 도시락을 담았다. 같은 사무실 직원들이 신기한 눈으로 바라보기도 했지만, 내가 왜 이런 실험을 하고 있는지를 설명하자 의외로 응원과 함께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식사 후 커피가 생각났지만, 대부분의 카페가 여전히 일회용 컵 중심이었다. 평소에 즐기던 아이스아메리카노 한 잔이 그날은 진입장벽처럼 느껴졌다. 나는 텀블러를 들고 카페에 들어가 “이 컵에 담아 주세요”라고 말했는데, 어떤 매장은 흔쾌히 받아주었고, 어떤 곳은 위생 문제로 거절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을 통해 나는 알게 되었다. 플라스틱 없는 하루는 나 혼자만의 실천으로는 완벽히 이루어지지 않는다. 사회 시스템과 환경이 함께 바뀌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장 보러 잠깐 들른 편의점에서도 플라스틱은 어김없이 존재했다. 생수병, 삼각김밥, 간식 모두 플라스틱에 쌓여 있었다. 대신 나는 천 가방에 미리 챙겨온 보온병에 물을 담아 다녔고, 시장에서 산 바나나와 견과류를 간식으로 대신했다. 이런 선택은 평소보다 준비가 많이 필요했지만, 동시에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즉흥적인 소비가 아니라, 사전에 고민한 소비를 하게 된 것이다.
점심시간의 도전은 나에게 불편함 속에서 생긴 ‘새로운 질서’를 알려줬다. 준비만 되어 있다면, 플라스틱 없는 식사는 충분히 가능했다. 다만 주변의 환경과 사회 시스템이 그 흐름을 얼마나 따라와 주는지가 중요한 요소였다.
플라스틱 없는 하루 살기 도전기 – 퇴근길, 쇼핑의 유혹과 싸우다
하루 중 가장 많은 소비가 이루어지는 시간은 바로 퇴근길이었다. 스트레스를 해소하려는 마음에 카페에 들르거나, 편의점에서 간식을 사고, 가끔은 대형마트에서 충동 쇼핑을 하는 것이 일상이었다. 그런데 플라스틱 없는 하루를 실천하는 날에는 이 모든 행동을 철저히 의식해야 했다.
마트에 들어서자마자 마주한 현실은 예상보다 더 강력했다. 진열된 대부분의 제품이 플라스틱 포장을 기본으로 하고 있었고, 심지어 과일조차 랩으로 감싸져 있었다. 나는 포장을 최소화한 상품만 골라야 했기 때문에 평소보다 훨씬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했다. 플라스틱 포장이 없는 제품을 찾으려면 ‘당연하게’ 구매해온 제품들을 다시 해체하고 분석하는 수고가 필요했다.
결국 나는 채소 코너에서 포장되지 않은 양상추, 파프리카, 사과 몇 개를 골라 천 가방에 담았다. 과자나 가공식품은 대부분 포장지로 인해 구매를 포기했고, 대신 견과류를 소분 판매하는 가게에서 유리병에 리필해 담았다. 처음엔 그 과정이 번거롭게 느껴졌지만, ‘내가 사는 이 물건이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다면 얼마나 값진 소비일까?’라는 질문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또 하나의 도전은 바로 포장 없이 제품을 담을 수 있는 제로웨이스트 숍 찾기였다. 검색을 통해 퇴근길에 있는 소규모 상점을 방문했고, 그곳에서는 대부분의 상품이 벌크로 판매되었다. 세제도 리필이 가능했고, 식재료 역시 플라스틱이 아닌 종이 봉투에 담아줬다. 이런 경험은 내게 대안 소비의 가능성을 실제로 확인한 순간이었다.
플라스틱 없는 쇼핑은 내게 '불편함'이라는 외피를 썼지만, 그 안에는 '의식 있는 소비자'로 성장하는 기회가 숨겨져 있었다. 불편함을 감수한 만큼, 소비 하나하나가 가볍지 않은 무게를 가지게 되었고, 물건에 대한 책임감이 생겼다.
플라스틱 없는 하루 살기 도전기 – 하루의 끝, 작은 성찰
플라스틱 없는 하루를 마치고 집에 돌아왔을 때, 나는 오히려 평소보다 더 가볍고 깨끗한 기분을 느꼈다. 쓰레기통을 열어봤을 때, 그 안에는 평소에 보이던 플라스틱 포장지나 일회용 용기들이 거의 없었다. 이날 하루 내가 만든 쓰레기의 양이 눈에 띄게 줄었다는 사실은 생각보다 큰 만족감을 줬다.
하루 동안 겪은 수많은 선택의 순간들을 되돌아보면, 이 도전은 단순히 플라스틱을 안 쓰는 하루를 넘어서,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진 시간이었다. 나는 매 순간 ‘더 편리한 선택’과 ‘더 나은 선택’ 사이에서 고민했고, 그 과정은 피곤하지만 가치 있었다.
나 스스로도 놀란 건, 이 하루를 보내고 나서 소비 방식이 완전히 달라졌다는 것이다. 다음날부터는 플라스틱 제품을 사용할 때, 무의식적으로 죄책감이 들었고, 대안을 떠올리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이건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라, 삶의 방향성을 바꾸는 경험이었다.
이 도전을 통해 가장 크게 얻은 것은 ‘선택권이 나에게 있다는 확신’이었다. 환경은 누구도 강요하지 않지만, 나의 작은 선택 하나가 충분히 변화를 만들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주었다. 플라스틱 없는 하루는 분명 어렵지만, 결코 불가능하지 않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하루는 앞으로의 수많은 더 나은 하루로 이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