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 컵 대신 텀블러만 쓰기 일주일 – 작은 습관 하나가 나의 일상과 인식을 바꾸다

일회용 컵 대신 텀블러만 쓰기 일주일, 나를 관찰한 시간

 

나는 커피를 하루에 두세 잔은 꼭 마시는 습관이 있다. 출근길에 아메리카노 한 잔, 점심 먹고 라떼 한 잔, 그리고 종종 퇴근 후 집 근처 카페에서 디카페인을 마시기도 한다. 커피는 내 하루의 루틴이자 작은 휴식이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책상 위에 쌓인 일회용 컵 더미를 보면서 놀라움을 느꼈다. 단 하루 만에 내가 배출한 쓰레기가 이렇게 많다는 사실이 나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비닐 뚜껑, 종이컵, 빨대, 커피 슬리브까지 모두 한번 쓰고 버리는 구조였다. 편리함을 위해 무언가 큰 대가를 치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순간 나는 결심했다. 일회용 컵을 쓰지 않고, 텀블러만 사용하는 일주일을 보내보자. 단순한 커피잔 하나를 바꾸는 일처럼 보일 수 있지만, 나의 라이프스타일 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궁금했다. 이건 나 자신에 대한 작은 실험이기도 했다. 얼마나 내가 습관에 의존하고 있었는지, 그리고 편리함을 어떤 가치보다 우선시해 왔는지를 들여다보는 시간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텀블러 챌린지를 시작하면서 나는 단지 텀블러 하나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일회용 중심의 사고방식을 해체하는 과정에 돌입했다. 내가 무심코 지나쳤던 일상 속 플라스틱 소비 구조를 하나씩 뜯어보게 되었다. 카페에서 커피를 주문하는 방식, 외출 시 준비물, 소비를 결정하는 기준까지 모두 영향을 받았다. 이 작은 용기 하나가 나의 소비 습관, 시간 운용 방식, 심지어 주변 사람과의 관계까지 바꿔 놓게 될 줄은 몰랐다.

이 글은 그 일주일의 기록이다. 텀블러 하나를 손에 쥐고 보내본 7일간의 실천기이자 관찰일지다. ‘나 하나 바뀐다고 세상이 바뀔까?’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이 작은 도전을 통해 ‘나부터 바뀌어야 세상이 조금이라도 바뀔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게 되었다. 지금부터 내가 경험한 리얼한 텀블러 챌린지를 시간순, 상황별로 나누어 공유하겠다.

 

일회용 컵 대신 텀블러만 쓰기 일주일 – 첫날의 낯설고 어색한 시작

 

일주일 챌린지의 첫날은 월요일이었다. 출근 준비를 하면서 텀블러를 가방에 챙겼다. 텀블러를 평소에도 몇 번 써본 적은 있었지만, ‘반드시 이걸로만 커피를 마셔야 한다’는 압박이 생기니 무게감이 달랐다. 첫날 아침, 회사 근처 단골 카페에 갔다. 평소처럼 “아이스 아메리카노 주세요.”라고 말하고, 이어서 “이 텀블러에 담아주세요.”라고 했다. 직원은 살짝 당황한 표정을 지었지만, 금세 적응하고 내 텀블러에 음료를 담아주었다.

텀블러를 들고 사무실로 돌아오는 길은 묘하게 뿌듯했다. 쓰레기 하나를 줄였다는 단순한 만족감이었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내가 무언가 다르게 행동했다는 자각이었다. 그러나 기분 좋은 시작도 잠시, 점심 후 두 번째 커피 타임에서 문제에 직면했다. 다른 프랜차이즈 카페에 갔더니 위생 규정 때문에 텀블러 사용이 어렵다는 답변을 들었다. 순간 ‘그럼 그냥 종이컵에 담을까?’ 하는 유혹이 찾아왔지만 나는 “그럼 괜찮아요.”라고 말하고, 대신 물을 마셨다.

이 작은 실망은 나에게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일깨워주었다. 개인의 실천은 시스템과의 마찰에서 종종 좌절된다는 점이다. 나는 텀블러를 사용할 준비가 되어 있었지만, 사회는 그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이 도전은 단순히 나의 행동을 바꾸는 것이 아닌, 시스템을 흔드는 도전이기도 하다는 것을 느끼게 된 순간이었다.

그날 하루 나는 텀블러 두 번 사용에 성공했고, 한 번은 ㄱ포기해야 했다. 하지만 나는 어떤 때보다 커피를 더 의식적으로 마셨다. '이 컵이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가는가?'라는 질문이 계속 떠올랐다. 텀블러는 내게 의식을 깨우는 도구가 되기 시작했다. 그렇게 낯설고 어색한 첫날이 끝났다.

 

 

일회용 컵 대신 텀블러만 쓰기 일주일 – 반복되는 불편함 속 성장

 

이튿날부터 금요일까지는 도전의 ‘실전 단계’였다. 텀블러를 사용하는 것은 단순히 커피잔을 바꾸는 일이 아니라, 일상 동선을 다시 설계하는 일이라는 걸 실감하게 되었다. 아침마다 텀블러를 씻고 준비하는 시간은 5분밖에 안 걸렸지만, 평소보다 서둘러야 했다. 카페에 들어서기 전에도 잊지 않고 미리 꺼내 놓는 루틴이 생겼다.

하지만 문제는 점심 이후였다. 마신 커피의 찌꺼기와 얼음이 남아 있는 텀블러를 처리할 수 있는 장소가 회사 주변에는 마땅치 않았다. 그래서 나는 작은 밀폐지퍼백과 마른 수건을 늘 챙기고 다녔다. 커피를 마신 후 텀블러를 지퍼백에 넣고 닫아두면 가방 속이 젖는 걸 막을 수 있었다. 퇴근 후 집에 돌아와 텀블러를 씻고 건조시키는 일까지 자연스럽게 하루 루틴으로 자리잡았다.

이 과정에서 놀라운 변화가 있었다. 내가 버리는 쓰레기의 양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예전에는 하루에 종이컵 두세 개, 빨대, 뚜껑, 슬리브까지 꾸준히 쌓였지만, 지금은 없다. 쓰레기통 자체가 깨끗해졌고, 그 사실이 내게 큰 만족을 주었다. 작지만 분명한 변화를 눈으로 확인했다는 건, 이 챌린지를 지속할 수 있는 강력한 동기가 되었다.

또한, 주변 사람들의 반응도 변화했다. 처음에는 ‘귀찮겠다’, ‘불편하지 않냐’는 질문이 많았지만, 며칠이 지나자 “너처럼 텀블러 들고 다니는 사람 요즘 많아졌더라”라며 동조하는 사람들이 생겼다. 어떤 동료는 나에게 “좋은 텀블러 브랜드 추천해줘”라고 묻기도 했다. 나는 텀블러를 사용하면서, 환경에 대한 대화를 자연스럽게 이끌어내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일회용 컵 대신 텀블러만 쓰기 일주일 – 텀블러 하나가 만든 변화의 파장

 

주중이 지나면서, 나는 텀블러를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내 선택과 철학을 담는 하나의 상징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커피를 마시는 행위가 단지 습관이 아닌, 책임 있는 행동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이 실천이 의미 있는 이유는 단지 일회용품을 줄였다는 결과 때문이 아니라, 그 과정을 통해 나 스스로의 인식을 변화시켰다는 점에 있다.

카페 직원들도 나의 텀블러 사용을 익숙하게 받아들였다. 처음엔 어색해하던 점원이, 나중엔 “오늘은 어떤 커피 드릴까요?”라고 먼저 물어볼 정도였다. 텀블러 챌린지를 하는 동안 나는 여러 프랜차이즈 카페, 개인 카페를 이용해 보았고, 매장마다 대응이 다름을 느꼈다. 친환경 정책이 구체적으로 적용된 곳도 있었고, 여전히 일회용 사용을 당연하게 여기는 곳도 있었다.

이 기간 동안 나는 단순히 ‘텀블러를 사용했다’는 결과보다, 소비를 대하는 태도 자체가 바뀌는 경험을 했다. 과거에는 “맛있고 싸면 그만”이었던 소비 기준이, 지금은 “이 소비가 환경과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먼저 고민하게 되었다. 텀블러 하나로 시작된 실천이 소비 전반에 걸쳐 영향을 미친 것이다.

또한, 이 챌린지는 나의 인간관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다. 친구들과 카페에 갔을 때, “너 텀블러 챙겼어?”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왔고, 함께 텀블러를 사용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어떤 친구는 이 챌린지에 함께 참여하겠다며, 나와 텀블러 사진을 공유하며 서로 응원하기도 했다. 내 행동이 파장을 일으켰고, 그 파장은 조용하지만 강하게 확산되었다.

 

일회용 컵 대신 텀블러만 쓰기 일주일 – 일상이 된 실천, 습관이 된 가치

 

일요일, 도전의 마지막 날. 나는 아침부터 텀블러를 씻고 자연스럽게 가방에 넣었다. 특별한 결심도, 의식도 필요 없었다. 그냥 당연한 하루의 시작이었다. 텀블러 챌린지는 이제 더 이상 도전이 아니라 습관이 되어 있었다. 오히려 텀블러를 안 챙겼을 때 더 불안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건 단지 도구 하나를 바꾼 게 아니라, 나의 하루를 바꾼 일이었다.

일주일 동안 나는 총 12잔의 커피를 마셨고, 모두 텀블러로 대체했다. 매일 최소 2~3개의 일회용 컵을 줄인 셈이다. 한 사람이 일주일에 버리는 컵이 이 정도라면, 한 달, 1년, 10년은 얼마나 많을까? 그 숫자를 떠올리는 순간, 나는 이 행동을 멈출 수 없다는 확신이 생겼다.

텀블러 챌린지가 내게 남긴 가장 큰 변화는 ‘기준’이었다. 이제 나는 소비할 때마다 ‘일회용이 아닌 대안은 없는가’를 먼저 떠올린다. 커피뿐 아니라 포장, 배달, 세제, 식재료까지 모두 같은 기준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이 작은 텀블러 하나가 삶 전체의 기준을 뒤흔든 셈이다.

챌린지는 끝났지만, 실천은 계속된다. 나는 앞으로도 텀블러를 챙길 것이고, 더 많은 사람에게 이 경험을 나눌 것이다. 작은 용기 하나가 거대한 변화를 일으킨다는 사실을 나는 일주일 동안 온몸으로 경험했다. 그리고 이제 나는 그 변화의 일부가 되어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