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장 없는 채소 구입 가능한 마트 3곳 후기: 플라스틱 없이 장보는 법
포장 없는 채소 구입 가능한 마트 3곳 후기: 플라스틱 없이 장보는 법
포장 없는 채소 구입 가능한 마트를 찾게 된 이유
제로웨이스트 실천을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마주한 현실적인 난관은 장보기였다. 아무리 생활 속 일회용품을 줄이고 텀블러나 면행주를 써도, 마트에서 장을 보면 어김없이 비닐과 플라스틱 포장으로 가득한 식재료를 만나게 된다. 채소 한 단, 과일 몇 개조차도 일일이 플라스틱 트레이에 담겨 있고, 랩으로 밀봉되어 있었다. '포장재 없는 식재료는 왜 이렇게 찾기 어려울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단순히 내가 불편함을 감수하겠다는 문제를 넘어서, 포장재 없는 제품을 구입하길 원하는 나와 같은 소비자의 선택권 자체가 너무 적다는 사실이 불편했다. 그래서 직접 포장 없이 채소를 구입할 수 있는 마트를 찾아보기로 했다. '제로웨이스트 장보기'라는 개념은 이론적으로는 쉬워 보이지만 실제로 실행하려면 상당한 조사와 발품이 필요하다. 인터넷 검색만으로는 실시간 매장 상태를 알 수 없기에, 나는 서울과 수도권 일대에서 포장 없이 채소를 구입할 수 있다고 알려진 마트와 매장을 직접 찾아가 실구매 후기를 남기기로 결심했다. 단순한 후기 이상의 기록으로, 나처럼 제로웨이스트 장보기를 시도하는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있었다. 이 글은 그렇게 직접 다녀온 3곳의 무포장 채소 판매 마트에 대한 솔직한 경험과 정보, 그리고 각각의 장단점을 담고 있다. 작은 변화지만,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 존재한다는 것을 공유하는 것이 이번 기록의 목적이다. 실제로 이러한 정보는 온라인에서도 흔하지 않기 때문에, 누군가의 첫 제로 장보기에 가이드가 되기를 바란다.
포장 없는 채소 구입 가능한 마트 ①: ‘초록상점’ 방문기
내가 처음 방문한 무포장 채소 판매점은 마포구 연남동에 위치한 ‘초록상점’이었다. 이곳은 서울에서도 제로웨이스트 실천자들 사이에서 이미 입소문이 난 매장 중 하나다. 입구부터 종이 포스터, 재활용 재료로 꾸며진 간판이 눈에 띄었고, 내부에 들어서자마자 비닐봉지는 단 하나도 찾아볼 수 없었다. 채소는 대부분 택 없이 바구니에 담겨 있었고, 소비자가 직접 용기나 봉투를 지참해 필요한 만큼 담아가는 방식이었다. 이날 나는 양파 3개, 가지 2개, 애호박 1개를 구매했는데, 모두 내 천가방과 스테인리스 통에 담았다. 가격은 일반 대형마트에 비해 약간 높은 편이었지만, 품질은 상당히 신선했고 무엇보다 과대포장이 없다는 점에서 심리적 만족도가 컸다. 이곳의 장점은 채소뿐 아니라 곡물, 견과류, 천연 조미료 등도 소분 판매한다는 점이었다. 또한 종이 테이프와 천연 수세미 같은 생활용품도 함께 판매해, 장보기와 생활소비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었다. 직원들도 매우 친절해서 처음 방문한 사람에게 제로웨이스트 장보기 방법을 자세히 설명해줬다. 단점이 있다면 위치가 중심가에서 조금 떨어져 있어 교통이 불편하다는 점과, 물량이 많지 않아 오후 늦게 가면 인기 채소가 다 떨어지는 경우가 있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록상점'은 내가 만난 무포장 마트 중에서도 가장 실천적이고 진정성 있는 곳이었다. 신선한 채소를 친환경적으로 구매하고 싶은 이들에게 강력히 추천할 수 있는 공간이다.
포장 없는 채소 구입 가능한 마트 ②: 성수동 ‘슬로우마켓’
두 번째로 방문한 곳은 성수동에 위치한 ‘슬로우마켓’이었다. 이곳은 지역 친환경 농산물 직거래를 중심으로 한 커뮤니티 기반 마트로, 주말마다 열리는 ‘제로 장보기 장터’가 유명하다. 이 마켓의 가장 큰 특징은 ‘1회용 포장재 제로’ 원칙을 매장 전반에 철저하게 적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채소뿐 아니라 과일, 곡물, 심지어 두부나 반찬류도 모두 무포장 상태로 구매가 가능하다. 나는 이곳에서 감자 5개, 적상추, 깻잎 한 단을 구매했는데, 역시 내 가방과 천 보자기에 담아왔다. 재미있었던 점은 이 마켓은 일부 채소류에 대해 구매 단위 없이 ‘g 단위’로 구매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는 점이었다. 필요한 만큼만 구매하니 식재료 낭비도 줄어들었고, 음식물 쓰레기까지 줄일 수 있는 구조였다. 이곳의 또 다른 장점은 ‘제로웨이스트 설명 스티커’가 곳곳에 부착되어 있어, 어떤 제품이 어떤 방식으로 환경을 덜 해치는지를 소비자가 직접 판단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점이다. 직원들도 적극적으로 고객의 제로웨이스트 실천을 지원하며, 필요한 경우 종이봉투나 재사용 용기를 무상으로 제공하기도 한다. 다만 평일에는 상시 운영이 아닌 주말 장터 위주로 운영되기 때문에 방문 전 SNS나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일정을 확인해야 한다. 제로웨이스트에 관심 있는 가족 단위 방문객들도 종종 보였고, 교육적인 공간으로도 활용도가 높았다. '슬로우마켓'은 단순히 물건을 파는 마트가 아닌, 철학과 교육이 살아 있는 친환경 플랫폼이라 할 수 있다.
포장 없는 채소 구입 가능한 마트 ③: 양재 시민의숲 ‘언박싱 팜’
마지막으로 소개할 곳은 조금 생소할 수 있지만, 제로웨이스트 실천자들 사이에서 최근 입소문을 타고 있는 ‘언박싱 팜’이다. 양재 시민의숲 근처에서 주말마다 열리는 팝업 마켓 형식으로, 서울 근교 유기농 농가에서 직접 가져온 무포장 채소를 판매하는 것이 특징이다. 처음 도착했을 때는 규모가 작아 눈에 잘 띄지 않았지만, 다가가 보니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려는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장을 보고 있었다. 이곳은 정말로 ‘언박싱’이라는 이름처럼 어떤 플라스틱 포장도 찾아볼 수 없었다. 흙이 묻은 채소들이 자연스러운 상태로 진열되어 있었고, 소비자가 가져온 천 보자기나 통에 자유롭게 담는 형식이었다. 이날 나는 방울토마토, 부추, 쌈채소 세트를 구매했는데, 깔끔하게 정리된 천 가방 하나로도 충분히 담을 수 있었다. 이 마켓의 장점은 단순한 판매가 아니라 ‘교육형 장보기’라는 점이다. 판매자들이 각 채소의 재배 방법, 유기농 인증 여부, 보관법 등을 매우 친절하게 설명해주며, 포장 없이 유통 가능한 구조에 대한 설명도 곁들여준다. 자연스럽게 환경과 먹거리 문제를 함께 생각하게 되는 구조였다. 단점은 팝업 형식이다 보니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점과, 고정 장소가 아니라 매번 위치를 확인하고 가야 한다는 불편함이 있다. 하지만 직접 가보면 그 불편함이 무색할 만큼 신선한 경험을 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가장 감성적이고 인간적인 쇼핑 경험이었다고 느꼈다. 매주 토요일 오전, 작은 시간의 투자만으로도 건강한 나와 깨끗한 환경을 위한 의미 있는 소비가 가능하다.
포장 없는 채소 구입 가능한 마트 후기를 마치며
포장 없는 채소를 구입 가능한 마트 3곳을 직접 방문해 본 결과, 제로웨이스트 장보기는 결코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는 확신이 생겼다. 물론 대형마트처럼 빠르고 편리하게 살 수는 없고, 약간의 번거로움과 시간 투자가 필요하다. 하지만 그 경험은 생각보다 훨씬 더 가치 있었다. 무포장 마트를 이용하면서 느낀 가장 큰 변화는, 물건을 '소비'하기보다 '선택'하게 된다는 점이었다. 필요한 만큼만 사고, 직접 손으로 담고,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방식은 단순히 환경 보호를 넘어서 삶의 리듬을 바꿔주었다. 매장마다 다소의 차이는 있지만 공통적으로 친환경 소비를 실천할 수 있는 구조와 철학이 잘 설계되어 있었고, 무엇보다도 현장에서는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는 사람들과의 연대감이 크게 느껴졌다. 아직까지는 무포장 장보기가 주류는 아니지만, 이러한 매장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은 매우 고무적이다. 특히 소비자가 이러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플랫폼을 제공하고, 대안을 제시해주는 공간의 존재는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앞으로도 나는 제로웨이스트 장보기를 꾸준히 이어갈 것이며, 다음에는 다른 지역의 무포장 상점도 탐방해 볼 예정이다. 포장 없는 채소를 선택하는 것은 단순한 친환경 활동을 넘어서, 더 나은 소비를 고민하는 철학적인 실천이라고 생각한다. 이 글이 실천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