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간 제로웨이스트 주방 실천 보고서: 쓰레기 없는 식탁으로 가는 여정
일주일간 제로웨이스트 주방 실천 보고서 – 작심삼일일 줄 알았던 결심의 시작
제로웨이스트 주방을 실천해보겠다고 다짐한 건 꽤 충동적인 순간이었다.
SNS에서 본 누군가의 ‘플라스틱 하나 없는 주방’ 사진이 너무 깔끔하고 아름다워 보였고, 그 모습을 본 순간 “나도 한번 해볼까?” 하는 단순한 마음이 들었다. 물론 단순한 마음과 달리 현실적인 걱정이 바로 밀려왔다. ‘매일 쓰는 일회용품을 다 줄일 수 있을까?’, ‘불편해서 금방 포기하지는 않을까?’ 같은 의문이 뒤따랐다.
하지만 나는 이번에 정말 일주일만이라도 제대로 해보자고 결심했다.
단순히 플라스틱을 줄이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내 소비 습관과 쓰레기를 바라보는 시선을 바꾸고 싶었다. 그래서 주방이라는 구체적인 공간을 타깃으로 잡았다. 식사를 준비하고, 먹고, 정리하는 모든 과정을 점검해보며, 얼마나 많은 일회용품과 쓰레기를 줄일 수 있을지 실험해보고 싶었다.
이 글은 그 실천의 기록이다. 제로웨이스트 주방을 위해 어떤 준비를 했는지, 어떤 부분이 어려웠는지, 어떤 부분이 뜻밖에 쉬웠는지 솔직하게 공유하고자 한다. 단지 성공적인 후기만을 적는 것이 아니라, 실패와 시행착오까지도 포함된 리얼한 실천 보고서로서, 나처럼 주방에서 제로웨이스트를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 현실적인 참고가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이 보고서가 끝났을 때, 단순히 ‘플라스틱을 줄였다’는 결과보다 ‘내가 어떻게 바뀌었는가’에 대한 자각이 남는다면, 그걸로 충분한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일주일간 제로웨이스트 주방 실천 보고서 – 실천을 위한 사전 준비와 셋업
제로웨이스트 주방을 실천하기 위해 나는 가장 먼저 ‘주방에서 어떤 일회용품이 얼마나 쓰이고 있는지’를 관찰하는 데서 시작했다.
하루 동안 내가 사용하는 모든 주방용품과 포장재를 눈여겨보았고, 목록으로 정리해보니 꽤 놀라웠다. 주로 사용된 1회용품은 키친타올, 플라스틱 포장 용기, 랩, 배달 음식 포장재, 스틱 조미료, 빨대, 음식물 쓰레기 봉투 등이었다.
이후 나는 해당 품목들의 대체 가능한 제품을 하나하나 찾기 시작했다.
키친타올은 면행주로, 플라스틱 반찬통은 유리밀폐용기로, 랩은 실리콘 커버와 비즈왁스 랩으로, 배달은 일주일간 아예 시키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조미료는 대용량으로 구매해 유리병에 소분했고, 음식물 쓰레기는 퇴비통을 활용하기로 했다.
주방 일회용품 vs 대체 아이템 준비 표
키친타올 | 면행주 10장 세트 준비 |
비닐랩 | 실리콘 랩, 비즈왁스 랩 구입 |
배달용기 | 한 주간 배달 음식 금지 원칙 설정 |
음식 포장용 비닐 | 천 주머니, 유리병 사용 |
플라스틱 수세미 | 식물성 수세미(루파)로 교체 |
이 준비는 단순한 쇼핑이 아니라, 생활 습관을 바꾸기 위한 구조 만들기였다. 내가 어떤 도구를 쓰는지가 아닌, 어떻게 쓰고 얼마나 자주 쓰는지를 파악하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걸 느꼈다. 철저한 준비 덕분에, 실천의 어려움이 줄어들었다.
내가 무엇을 소비하고 있었는지를 직시한 이 준비 과정은, 단지 주방을 위한 선택이 아닌 전체 생활을 재설계하는 출발점이 되었다.
일주일간 제로웨이스트 주방 실천 보고서 –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의 현실
실천 첫날인 월요일, 가장 먼저 바뀐 건 요리와 음식 준비 방식이었다.
재래시장과 무포장 상점에서 채소와 곡물을 장을 본 후, 각각 천 주머니에 담아 돌아왔다. 포장재 없이 장을 본다는 것이 생각보다 괜찮았고, 상인들도 천 주머니 사용에 익숙한 반응을 보여주었다. 집에 돌아온 후 재료들은 밀폐용기에 정리했고, 식단도 포장 없는 식재료에 맞춰 자연스럽게 바뀌었다.
화요일부터는 면행주가 주방의 주인공이 되었다.
기름 튄 곳, 국물 엎지른 곳, 과일 물기 제거까지 모두 면행주로 처리했다. 사용한 면행주는 따로 통에 모아 두었다가 세탁했고, 세탁과 재사용 루틴을 익히니 키친타올 생각조차 나지 않았다.
수요일엔 조리도구 사용을 최소화하려 노력했다.
이전엔 요리에 따라 다양한 도구를 꺼냈지만, 꼭 필요한 도구 3~4개만을 사용하니 설거지 양이 줄고 요리 시간도 단축되었다. 수세미 역시 천연 루파 제품으로 바꾸었는데, 사용감이 의외로 만족스러웠고 건조도 빠른 편이었다.
목요일엔 반찬 보관을 랩 대신 실리콘 커버로 시도했다. 밀착력이 좋아 국물 있는 음식에도 안정감 있게 사용 가능했고, 뚜껑이 없던 접시에도 유용했다.
금요일에 위기가 찾아왔다. 친구가 갑자기 방문해 외식을 제안했고, 나는 포장을 지양하기 위해 다회용 도시락통과 텀블러를 들고 나갔다. 다행히 포장 없이도 잘 해결되었고, 처음으로 제로웨이스트 생활에 약간의 자신감이 생긴 날이었다.
작은 실천 하나하나가 반복되면서, 나는 더 이상 '불편함'보다 ‘이 정도면 나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집중하게 되었다.
일주일간 제로웨이스트 주방 실천 보고서 – 주말의 변수와 위기 극복기
주말은 평일보다 훨씬 어려웠다.
토요일엔 가족들과 함께 요리를 하게 되었고, 부모님은 일회용 위생봉지와 키친타올을 습관처럼 꺼내 들었다. 나는 최대한 설명하려 했지만, 생활 방식이 다르다 보니 약간의 충돌과 타협이 필요했다. 결국 일부 상황에서는 키친타올 2장을 쓰게 되었고, 그 사실이 마음에 남았다.
일요일은 냉장고 정리와 음식물 쓰레기 처리에 집중했다.
남은 채소들은 모두 볶음밥이나 수프에 활용했고, 음식물 쓰레기는 퇴비통으로 옮겼다. 처음엔 퇴비 냄새나 벌레가 걱정되었지만, 뚜껑이 있는 밀폐형 통을 사용하니 거의 문제가 없었다. 퇴비는 마당 있는 친구에게 보내기로 했고, 이후 지역 퇴비 교환 커뮤니티에도 가입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이 일주일 동안 쓰레기봉투가 절반도 차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전에는 주 2회 쓰레기를 버렸지만, 이번 주에는 한 번만 버렸고, 그것도 소형 봉투 하나로 충분했다. 재활용 분리배출도 줄어들었고, ‘버릴 것이 없다’는 사실이 신기하게 다가왔다.
이 경험을 통해 나는 제로웨이스트가 단지 물건을 안 쓰는 게 아니라, 일상의 선택을 더 신중하게 만드는 일이라는 걸 깨달았다. 주방이라는 공간이 변하자, 요리하는 마음, 먹는 태도, 나눔의 방식까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주방이라는 작고 사적인 공간에서 시작된 변화는, 내 주변 사람들에게도 자연스럽게 전파되며 함께 실천할 수 있는 긍정적 영향력으로 이어졌다.
일주일간 제로웨이스트 주방 실천 보고서 – 변화의 총정리와 나의 다음 도전
일주일간의 실천이 끝났을 때, 나는 ‘예상보다 훨씬 해볼 만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불편한 순간도 있었고, 타협도 있었지만, 그보다 배운 점이 더 많고, 체감한 변화도 분명했다. 가장 큰 변화는 주방이라는 공간이 훨씬 간결하고 정돈되었다는 것. 불필요한 포장과 물건이 줄어드니 눈에 보이는 것들이 분명해졌고, 요리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되었다.
이후 나는 제로웨이스트 주방을 위한 장기 목표를 세우기로 했다.
첫째, 배달 음식은 한 달에 한 번으로 제한하기.
둘째, 재활용이 어려운 제품은 아예 들이지 않기.
셋째, 제로 포장으로 장을 보는 날을 정해 주 1회 실천하기.
이 작은 목표들을 달성하다 보면, 일주일이 아닌 일상 전체가 제로웨이스트에 가까워질 수 있다고 느꼈다.
또한 이번 경험을 통해 내가 얼마나 무심하게 포장과 쓰레기를 소비해왔는지도 되돌아보게 되었다. 지금까지는 내가 버리는 것에 대해 책임지지 않아도 된다고 여겼지만, 이 실천 이후로는 ‘어디로 흘러가는가’를 고민하게 되었고, 그것이 곧 소비 기준의 변화로 이어졌다.
이 보고서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지속 가능한 주방을 위한 여정은 계속되고 있으며, 나는 오늘도 랩 대신 비즈왁스를, 비닐 대신 면행주를, 무심함 대신 의도를 선택하고 있다. 제로웨이스트는 완벽함이 아니라, 방향성 있는 작은 실천이 모여 이뤄지는 습관임을 이제 확실히 믿게 되었다.
앞으로 이 작은 루틴이 계속 쌓이면, 언젠가는 주방뿐 아니라 생활 전체가 ‘제로’에 가까워지는 날이 오리라는 희망도 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