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웨이스트

30일 비구매 챌린지 도전기: 소비를 멈췄더니 삶이 달라졌다

write-1978 2025. 8. 3. 17:00

30일 비구매 챌린지 도전기 – 끊임없이 사는 삶에서 잠시 멈춰보기로 했다

나는 지금껏 스스로를 '합리적 소비자'라 생각해왔다.
필요한 물건만 산다고 믿었고, 온라인 장바구니에 오래 담아두고 고민 끝에 결제하는 습관을 자랑스러워했다.
하지만 어느 날, 정리하지 않은 서랍 속에서 비슷한 노트가 5권, 거의 쓰지 않은 텀블러 3개, 사용하지 않는 리필형 제품들이 줄줄이 나오는 걸 보면서 잘못 생각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제로웨이스트 실천을 하면서 점점 더 느꼈다.
내가 줄여야 할 건 비닐봉지와 플라스틱만이 아니었다.
그보다 먼저 줄여야 할 건 ‘소비 습관’이었다.
나는 쓰레기를 줄이려 노력하면서도, 새로운 물건을 꾸준히 사들이고 있었고,
그 모든 물건은 결국 쓰레기가 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비구매 챌린지’를 결심했다.
30일 동안 옷, 인테리어 소품, 문구류, 주방용품, 화장품 등
절대 생존에 필요하지 않은 모든 물건의 구매를 멈춰보기로 한 것이다.
단, 식료품과 생필품(기저귀, 세제 등)은 예외로 했다.
핵심은 ‘습관성 쇼핑’을 끊어내는 것이었고,
그 결과는 단순한 소비 억제가 아니라 삶 전체를 되돌아보게 하는 놀라운 변화로 이어졌다.

이 글은 내가 직접 30일 동안 비구매 챌린지를 실천하며 겪은
실패와 성공, 심리적 변화, 그리고 실질적으로 달라진 일상까지
솔직하게 기록한 진짜 체험기다.
누군가 “나도 소비를 멈춰보고 싶다”고 생각한다면,
이 글이 작지만 강력한 시작점이 되기를 바란다.

 

30일 비구매 챌린지 도전기 – 챌린지 전 준비: 소비를 기록하고 분석하기

비구매 챌린지를 시작하기 전, 나는 일주일간 내 소비 습관을 기록했다.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는 작은 결제들이 쌓여 어떻게 나의 삶을 점령했는지를 제대로 보기 위함이었다.
기록해보니 놀라운 사실이 드러났다.
내가 한 주 동안 구입한 '비생존용 소비품'은 총 8건, 금액은 약 13만 원이었다.
그 중에는 ‘예뻐 보여서’, ‘할인 중이라서’, ‘한 번 써보고 싶어서’라는 이유가 절반 이상이었다.

 

비구매 챌린지 전 소비 분석표 (7일간)

항목수량구매 동기필요 여부

 

미니 캔들세트 1 감정적 위안, 인스타 사진용 불필요
폰케이스 (3번째 교체) 1 충동구매 불필요
마트 에코백 (보유 5개) 1 색상이 마음에 들어서 불필요
서점 신간도서 2 자기계발, 궁금해서 중간 필요
화장품 샘플세트 1 이벤트, 리뷰용 불필요
커피전용 텀블러 1 디자인, 감성 불필요
합계 8건   1건만 실사용 중
 

기록을 하면서 느꼈다.
나는 필요에 의해 물건을 구입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과 충동에 따라 무언가를 채우고 있었던 것이다.
‘스트레스 → 결제 → 기분 전환 → 후회’의 루프는 마치 자동반사처럼 굳어져 있었다.

그래서 챌린지를 시작하기 전, 나는 3가지를 정했다.

  1. 비구매 카테고리 지정: 옷, 인테리어, 문구, 화장품, 전자기기, 소형가전, 그 외 모든 비필수품
  2. 허용 항목 정의: 식재료, 아기용품(기저귀, 물티슈), 기존 제품 리필용
  3. 대체 행동 리스트 작성: 소비 욕구가 올라올 때 할 대체 행동 5가지 (산책, 글쓰기, 창고 정리, 책 읽기, 명상)

이런 준비 덕분에 감정적 소비를 다른 방식으로 흘려보낼 수 있는 준비 상태가 되었고,
챌린지를 단순히 '참는 것'이 아닌, '재구성하는 루틴'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30일 비구매 챌린지 도전기 – 실천 중 마주한 유혹과 극복 방법

비구매 챌린지를 시작하고 나서 5일 정도는 비교적 수월했다.
쇼핑앱을 지우고, SNS 피드를 최소화하니 자연스럽게 구매 유혹이 줄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예상치 못한 유혹들이 슬며시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첫 번째 유혹은 감정의 틈에서 찾아왔다.
업무 스트레스를 받거나, 아이가 계속 울어대는 날,
혹은 혼자 있는 시간이 생겼을 때 자연스럽게 휴대폰을 들고 쇼핑몰에 접속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곤 했다.
그럴 때마다 나는 미리 작성해둔 ‘소비 대체 행동 리스트’를 꺼냈다.

  • 커피 내리기
  • 텀블러 닦기
  • 다 쓴 용기 분리배출 하기
  • 쓴 물건 목록 작성
  • 책 10페이지 읽기

특히 ‘이미 갖고 있는 물건 리스트’를 작성해보는 건 강력한 효과가 있었다.
나는 내가 갖고 있는 텀블러, 필통, 책, 화장품을 정리하며
지금도 충분히 많다는 사실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고,
그 덕분에 다시 구매할 이유를 줄일 수 있었다.

두 번째 유혹은 이벤트성 소비였다.
“오늘만 40%”, “신상품 단 하루 체험가” 같은 광고가 메일과 문자로 날아왔다.
특히 '무료배송 마감 임박' 알림은 나를 유혹하기에 충분했다.

이럴 땐 ‘48시간 규칙’을 적용했다.
지금 사고 싶은 물건이 있다면 찜목록에만 넣어두고,
48시간이 지난 후에도 여전히 간절하면 그때 다시 고민해보는 것이다.
놀랍게도, 절반 이상은 이틀 후에는 생각조차 나지 않았다.
충동은 잠깐이고, 후회는 오래 간다는 말이 사실이었다.

세 번째 유혹은 주변의 소비 문화였다.
친구들이 단체 채팅방에서 신상 얘기를 하고,
가족이 “이거 새로 샀는데 너무 좋아”라고 자랑하면
나도 모르게 ‘나만 뒤처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곧 이런 질문이 떠올랐다.
“지금 이 물건이 없어서 내가 불행한가?”
“이걸 가지면 내 삶이 정말 좋아질까?”

스스로에게 던지는 이 질문은 생각보다 효과가 컸다.
나는 단지 소비를 따라가고 싶은 욕구에 반응하고 있었던 것뿐이었다.
지금 갖고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는 감정이 점점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30일 비구매 챌린지 도전기 – 챌린지 후 달라진 삶의 구조

30일간 비구매를 실천한 결과, 나는 이전보다 훨씬 단순하고 가벼운 생활을 하게 되었다.
가장 먼저 달라진 것은 시간의 쓰임이었다.
쇼핑앱을 뒤지며 시간을 버리는 대신,
정리, 산책, 글쓰기, 가족과 대화하는 시간들이 늘어났다.

소비가 줄자 공간도 여유로워졌다.
서랍은 더 이상 새 물건으로 가득 차 있지 않았고,
옷장은 이전보다 절반 가까이 비워졌다.
그리고 그 안에 남은 옷들만으로도 충분히 계절을 잘 보낼 수 있었다.

 

비구매 챌린지 전후 변화 요약표

항목챌린지 전 (30일 기준)챌린지 후

 

온라인 쇼핑 이용 평균 주 3~4회 0회 (앱 삭제)
불필요 소비 건수 9건 0건
카드 청구액 약 65만원 약 39만원
실내 물건 수 이전 대비 100% 약 70% 수준으로 감소
공간 정리 시간 거의 없음 주 1회 전체 공간 정리 습관화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건 내가 물건 없이도 충분히 만족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확인했다는 점이다.
내가 생각했던 불편함은 대부분 '없어도 괜찮은 것들'이었고,
결국엔 소비로 얻는 만족보다 ‘채우지 않음’에서 오는 자유로움이 훨씬 컸다.

이후 나는 옷이나 생활용품을 살 때도
‘새로운 물건을 들이기 전, 하나를 비우자’는 원칙을 세웠다.
그리고 한 달에 한 번, ‘비구매 주간’을 설정해
소비 없는 7일 루틴을 생활화하고 있다.

 

30일 구매없이 살아보기

 

30일 비구매 챌린지 도전기 – 소비가 줄자 마음의 공간이 생겼다

 

30일의 비구매 챌린지를 통해, 나는 물건뿐 아니라 생각과 감정까지도 정리하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무언가를 끊임없이 사들이던 삶은, 알고 보니 불안과 결핍에서 비롯된 습관이었다.
그런데 소비를 멈추고 나니, 그 자리에 ‘생각할 여유’와 ‘관찰할 시간’이 생겼다.

그제서야 나 자신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다.
오늘 내가 왜 피곤한지, 무엇이 나를 스트레스 받게 했는지,
왜 갑자기 초콜릿을 사고 싶었는지 같은 감정의 흐름을 읽게 되었다.
소비는 감정의 출구였고, 나는 그 출구를 잠깐 닫음으로써 감정의 본질과 마주하게 된 것이다.

또한,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도 달라졌다.
친구들과 모이면 ‘뭐 샀는지’보다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나누게 되었고,
자주 가던 쇼핑몰 대신 가까운 공원이나 중고물품 나눔장에서
물건이 아닌 이야기와 시간을 나누는 일이 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는 이제 ‘갖는 삶’이 아닌 ‘지키는 삶’을 꿈꾸게 되었다.
지구의 자원, 내 시간, 가족의 공간, 그리고 나 자신의 가치까지.
무언가를 계속 사들여야만 만족했던 과거와는 다르게,
있는 것에 감사하고, 덜 가질수록 더 자유로워지는 삶의 방식이 나를 더 풍요롭게 만들어주고 있다.

비구매 챌린지를 시작한 날, 나는 단지 ‘물건을 사지 않겠다’고 다짐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30일이 지나자 나는 소비와 감정, 공간과 시간, 삶의 방향까지 점검한 사람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이제 나는 말할 수 있다.
“갖지 않기로 선택한 날부터, 내 삶은 진짜로 가벼워지기 시작했다.”